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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조카가 죽었다

by 새싹하나 2022. 9. 3.

아직 교복도 입어보지 못한 아이 었다.

부모를 닮아 교류를 좋아하고 동생도 잘 챙기는 그런 아이 었다.

그런 아이가 교통사고로 죽었다.

아이의 신장에 비해 차체가 높아 머리에 많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뇌가 심하게 부어 수술부위를 닫을 수 없는 채 중환자실로 이동하고

그곳에서 며칠 사투를 벌이다 이 세상을 떠났다.

중환자실에 누워있어도 나을 거라 믿었지만 현실은 잔인했다.

 

한 아이의 사고와 죽음에 가족들은 각자 다른 생각을 했다.

아이 잃은 엄마 힘들어서 어떻게 살지.

뭐라고 해야 아이 잃은 가족이 살 수 있지.

형제를 잃은 다른 아이 불쌍해서 어떡해.

내가 무슨 말을 해야 상처를 주지 않을까.

여기서 뭘 해줄 수 있지.

어디까지 해줘야 하지.

 

순수하게 아이의 죽음만을 기려야 하는 그날.

나는 못나게도 아이 부모와의 관계를 생각했고 내가 어디까지 해줘야 할지 생각했다.

상처받기 싫은데 이렇게 엮여야 하는 것일까.

어디까지 헌신해야 하는 건지 계산을 했다.

변명하자면 할 수 있다.

난 조카의 죽음을 외면하고 싶었고 머리를 필사적으로 굴리고 싶었다고.

분명한 건 다 큰 어른이 마음을 준 아이의 죽음조차 순수하게 슬퍼하지 못하는 미숙한 상태였다는 것.

 

그 사실을 아이의 장례가 끝나고 며칠이 지나고서야 인정했다.

두 눈을 감고 싸늘하게 식어버린 아이 앞에서 제대로 울어주지도 못했다.

살아있는 나를 위하느라. 상처받기 싫다는 옹졸한 마음 하나로.

숨 쉬는 모든 순간마다 나의 미숙함을 인식하게 된다.

오래 살아왔는데 고치고 치료할게 많은 사람이다.

 

앞으로 조카들에게 쉽게 마음을 내어주지는 못할 듯하다.

현재 내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맺어진 형제들을 온전하게 애정 할 수 없으니까.

한결같이 잘해줄 수 없는 조카 사랑은 후회로만 남을게 보이니까.

많이 사랑했다. 내 조카.

 

어느 날 네가 떠오르면 눈물이 나겠지. 가슴도 미어지겠지.

더 많이, 오래 꼭 껴안아 줄걸.

불퉁한 너의 얼굴 조금이라도 더 바라보고 번쩍 들어 올려줄걸.

환하게 웃으며 안기만 하지 않고 사랑한다 말해줄걸.

정말 소중한 만남에 기쁨을 느낀다고 네가 무척 소중하다 말해줄걸.

일정 바쁘다고 바삐 나서지 말고 한 번이라도 널 우선해줄걸.

나는 너의 여리고 따뜻한 몸을 껴안으며 행복과 위안을 얻어왔었어.

이 세상에 태어나줘서 고맙다는 말 한번 못했는데 이 세상을 떠났구나.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내게 남은 건 후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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