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절주절

나만의 냉장고 휴대폰 번호를 잘못 입력했다 - 2. 구매점포 방문

by 새싹하나 2022. 12. 19.

이 글은 이어지는 글 2번째입니다.

아래 링크를 순서대로 봐주세요.

https://jun07180430.tistory.com/122

 

딸랑- "어서 오세요"

매장에 들어섰다. 매대를 슬쩍 보니 점장분이 아니라 아르바이트생으로 보이는 캐셔가 서 있었다.

난 이제 저분에게 내 실수를 말하고 질문해야 하는 거다.

크게 심호흡을 했다.

용건을 제대로 정리하지도 못했지만 캐셔분을 향해 말했다.

 

제가 이곳에서 물건을 구매했는데요.

제가 냉장고에 물건을 넣을 때 휴대폰 번호를 잘못 입력했어요.

제가 상대의 냉장고를 볼 수 없겠지만 반품을 해보고

상대가 아직 안 가져갔다면 냉장고 넣은걸 취소하고 현물을 받아가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캐셔분은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 못 한 표정을 지었다.

같은 질문을 더 길게 말했다.

내가 하는 질문이 내 앞에 서있는 알바 인생에 흔치 않은 질문임을 알고 있으니까.

이 점포에 냉장고를 쓰는 사람은 나 혼자라고 했었다.

점장님도 잘 모르는 기능을 아르바이트생이 잘 알 수 있을까.

높은 확률로 모를 거다. 그렇기에 내 실수를 해결함에 있어 원활할 거라 생각하지 않았고

이곳에서 많은 시간을 소모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예상치 못한 것은 캐셔의 반응이었지.

 

나 - 반품을 해서 냉장고에 넣었던 물품이 남아있는지 확인하고

냉장고에 남아있다면 넣는 것을 취소하고 현물로 방식의 재결제를 하고 싶어요.

 

캐셔 - 그러니까 반품을 해달라는 거죠?

 

나 - 네? 네. 반품을 해서 알아보고 싶어요.

 

캐셔 - 영수증 있나요? 없으면 언제 결제하셨는지 기억하세요?

나 - 모바일 영수증이 있어요. 여기요.

 

띡-

 

캐셔 - 반품됐어요. 이제 여기서 뭘 해야 하죠?

 

나 - 네? 제가 냉장고에 넣었던 물건이 아직 있나요? 그걸 확인 가능한지 알고 싶은데요.

 

캐셔 -?????

 

멀뚱히 날 쳐다보는 캐셔를 보며 묘한 답답함이 느껴졌다.

나도 잘 모르는데 내게 명확한 답을 원하는 캐셔를 보고 있자니 안 답답하겠나.

서비스 제공자가 구매자에게 왜 저런 반응을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동시에 내가 말을 그렇게 못 하나 아득했고

이 상태로는 해결이 안 날 거 같아 말없이 냉장고에 넣었던 과자 3 상자를 집어와 매대에 올렸다.

 

내가 아는 냉장고 넣었을 때 합산 방법은 아래와 같다.

가져갈 상품 수량 + 냉장고에 넣은 상품 수량 = 영수증 기재 수량

만일 반품처리를 한다면 냉장고에 넣었던 상품이 취소될 테니

가져가려면 해당 상품을 추가로 찍어야 하지 않을까.

추가 금액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냉장고에서 꺼내가지 않았다고 파악된 거 아니겠어?

지금 생각하면 무슨 논리로 이렇게 생각한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저 잘 모르니 이렇게 가정했고 그걸 시도해볼 생각이었다.

 

나 - 일단, 이 3개를 찍고 돈이 추가되는지 확인해주세요.

 

캐셔 - 이걸 찍으면 되나요? (찍은 후) 이제 결제하면 될까요?

 

나 - 네? 냉장고에 물건은 어떻게 됐죠?

 

캐셔 - 네? 그걸 어디서 볼 수 있죠?(포스기를 이것저것 누른다)

그냥 결제하시고 이걸 가져가신다는 뜻인가요?

 

나 - 아뇨. 전 지금 제가 이걸 가져갈 수 있는 건지 알아보고 싶은 거예요.

제가 냉장고에 넣은걸 반품하고 이렇게 현물로 가져가는 게 가능한지 몰라서요.

이걸 제가 결제하고 가져가도 매장에 피해가 없는 건가요?

 

캐셔 - 그걸... 제가 어떻게 알죠?

 

나 - 네?

 

지금까지 내가 한 질문은 무엇이었던가. 내가 한 질문이 어려웠던 걸까.

대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은 캐셔가 말을 못 알아듣는 걸까 내가 말을 못 하는 걸까.

짧은 시간이 여러 생각이 스쳤다.

 

캐셔 - 그건 저희 쪽에서 알 수 없으니 고객님이 알려주셔야 할거 아닐까요?

 

나 - 아니, 타인의 냉장고에 들어간 물품은 개인정보 영역으로 개인적으로 알 수 없을 거고

그것을 알아보고 싶지만 방법을 몰라 확인하기 위해 구매처를 찾아온 것인데

캐셔분이 알 수 없으니 저더러 알아보라고 하면 제가 어떻게 해야 하죠?

 

캐셔 - 고객님이 냉장고에 물건을 넣었을 때 직접 번호를 입력하셨을 거고

그때 번호를 잘못 입력한 것은 명백히 고객님의 책임입니다.

그것에 대해 보상을 원하신다면 저는 그럴 수 없어요.

 

지금 뭘 하자는 거지?

내가 손해 봤는지 안 봤는지도 모르는 상황에 보상을 해달라고 했던가?

왜 갑자기 과실을 언급하는 거지?

순간 내가 진상인가 의문이 들어 불쾌해졌다.

내가 실수를 했고 그로 인해 번거롭게 해서 미안함은 있었지만 진상으로 대우받을 만한 일인가

물건을 찾지 못해도 감수할 마음으로 왔는데 지금 내가 물건을 달라고 떼쓴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내 눈앞에 있는 아르바이트생이 변수에 따른 대처사항을 잘 모를 수 있음을 인지했지만

궁금한 사항에 명확한 답변을 해주지도 않고 날 진상처럼 취급하는 것을 감수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나 - 지금 전 캐셔분께 제 실수에 대한 책임을 져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전 타인의 냉장고에 들어간 물건이 지금 남아있는지 그걸 가져갈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어요.

만일 캐셔분이 그것에 대한 답을 줄 수 없다면 책임을 따지기 전에

점장님께 연락해보고 그분도 모른다면 본사에 문의 후 답변을 주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저는 이 일을 당장 해결해서 물건을 가져갈 생각이 없어요.

만일 내일에야 해결된다면 단골이니까 내일 답변을 듣고 다시 찾아올 수도 있습니다.

제가 원하는 건 의문 해결이니 그런 답 말고 점장님께 연락해주겠어요?

 

캐셔 -.... 잠시만요

 

그제야 다른 사람에게 연락하는 아르바이트생을 보며 약간 어지러웠다.

분노로 인해 혈압이 오르는 걸까.

감정적으로 변하는 나 자신을 누르기 위해 휴대폰을 의미 없이 눌렀다.

점장과 통화하는 아르바이트생의 음성은 무성의하고 툭툭 던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당시 내 감정이 이미 상해있었기에 그렇게 느껴졌겠지.

난 아르바이트생에게 질문을 했지만 아르바이트생에게 제대로 된 일처리를 기대하지 않았었다.

아르바이트생이 복잡한 편의점 변수를 어떻게 다 파악하겠는가.

거기다 나와 대화한 아르바이트생은 처음 본 사람이었다.

새로 뽑아서 아는 게 없는 아르바이트생일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그런 사실을 알고 있지만 점장에게 연락을 굳이 요청하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우선 이곳 점장님이 어플의 활용에 미숙하신 분임을 알고 있기에

눈앞의 아르바이트생이 신입이라도 지식수준이 비슷할 거라 생각했다.

같이 문의하고 알아보며 배울 수도 있음을 감안한 것이다.

추가로 눈앞의 아르바이트생을 내가 처음 보는 것이지

다른 점포에서 알바 경력이 있어 의외로 내 의문에 바로 답을 해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당시 캐셔분이 해당 정보를 모를 경우

그 대답으로 내가 기대했던 대답은 이거다.

"그건 제가 잘 모르겠어요. 점장님께 연락드려볼게요."

 

 

모를 수 있다. 알아가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다.

내 실수를 수습하기 위해 알아가는 과정이었고 그 배움에 시간이 소모된다면 감수할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캐셔 분과 대화하며 소모된 시간에서 내가 배운 것은 없었다.

남은 것은 불쾌감과 해결되지 않은 찝찝함.

긴 시간이 들어갈 것을 감수하고 갔지만 내 시간이 낭비된 기분이었다.

 

예상대로 점장님도 그 실수 수습에 대해 제대로 답할 정보가 없었고

확인 후 나중에 연락 준다며 연락처를 남기고 가 달라는 회신이 돌아왔다.

번호를 남기고 이미 반품 처리한 물품을 전부 단품 취소하는 아르바이트생을 발견했다.

 

나 - 그거 제가 반품한 품목 아닌가요?

그렇게 취소할게 아니라 지금 재결 제해야 할거 같은데요.

 

캐셔 - 문제 해결한 후에 재결제 하세요. 영수증 찍으면 품목 떠요.

 

나 - 지금 반품처리를 했는데 모바일 영수증이 안 사라지고 남아 있을까요?

반품하면 이전에 결제되었던 영수증의 효력이 상실하잖아요.

 

캐셔 - 그러면 반품 이전의 영수증을 뽑아드릴게요. 나중에 재결제 하실 때 보여주세요.

 

이상했다. 반품 전 영수증을 나중에 찍어봤자 품목 안 나올 거 같은데...

잘못된 거 같은데 아르바이트생이 당당하다.

다시 말하기엔 내가 지쳐있었다. 아르바이트생이 저렇게 말했으니 점포에서 감당하겠지 뭐.

아르바이트생의 반응을 보니 과자 3 상자를 찾기는 힘든 일 같았다.

내가 실수했으니 내 돈으로 메꿔야지.

냉장고에 넣었던 같은 행사상품을 구매해 손에 쥐고 나왔다.

금방 답변이 오긴 하려나.

불편한 감정이 생겼지만 내 실수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상세한 설명도 들을 수 있길 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