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스팸이나 소시지 같은 식품을 즐겨 먹지 않는다. 고기와 맛이 비슷하면 비싸고 저렴하면 고기인척 하는 맛 때문이다. 동시에 짭짤해 심심하게 먹는 것을 선호하는 입장에서는 손이 잘 안 간다. 먹고 나면 몸의 간지러움이 심해지는 것도 한 몫해서 밥상에 올라와도 많이 먹으면 1~2조각이다. 살림을 차리기 전까지는 명절 선물로 받아도 남 주기 바빴는데 요즘엔 가끔 구매하고 있다. 남편이 추억의 음식이라며 가끔 찾기 때문이다. 부인이 내켜하지 않는 걸 알아서일까 남편은 스팸을 좋아하면서도 스팸을 고르지 않는다. 300~350g의 통조림 기준 스팸은 5,000~6,000원이라 그렇겠지. 안 먹어도 괜찮겠냐 질문하면 많이 먹는 것이 더 좋다며 같은 무게에 2,000~3,000원 하는 저렴한 통조림 햄을 먹어왔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말했다.
"오늘은 양보다 질을 고르겠어."
안될게 뭐 있겠는가. 고르라고 하고 놔뒀더니 가격을 보다 다시 런천미트만 들고 서 있었다. 오늘은 질을 고르겠다면서 다시 가격과 타협을 보는 남편의 모습에 신경 쓰지 말고 고르라고 했다. 조용히 두 통조림을 바라보는 남편의 머리는 바빴겠지. 남편은 스팸을 여러 개 챙기지도 못하고 런천미트 1개와 스팸 1개를 카트에 넣었다. 그게 남편 최대의 타협인 모양이다. 하긴 스팸 1통을 살 가격이면 런천미트 2통은 사고 남을 테니 자칭 막입이라 말하는 남편의 입장에서 제 손으로 비싼 품목을 넣는 건 힘들었겠지. 그렇게 집에 스팸과 런천미트가 생겼다.
다음날 남편은 스팸을 구워달라고 했다. 잠시뒤 남편은 스팸과 런천미트를 동시에 구워달라고 주문을 변경했다. 통조림용량이 300g 이상이라 1개만 구우면 1끼 충분한데 무슨 말인가 했더니 두 개의 햄을 비교해 보고 싶다고 한다. 나쁘지 않은 생각이다 싶어 알겠다고 했다. 지금껏 남편이 먹어온 런천미트와 자랄 때 먹고 커온 스팸의 비교라니 나쁘지 않다. 나도 궁금해졌으니 내심 그 호기심에 동조했다. 남편이 입이 짧은 것도 아니고 남으면 다음끼에 먹을 수 있다고 기뻐할걸 알고 있어 걱정도 없었다.


두 햄 통조림의 뚜껑을 열고 바로 남편을 불렀다. "여보 이것 봐봐!!!" 별 차이 없을 거라 생각했던 통조림은 색부터 달랐다. 런천미트의 색이 생각보다 더 붉어 놀라 굽기 전 남편에게도 보여줘야겠다 싶었던 것이다. 남편은 내 부름에 후다닥 일어나 찾아왔다. 오자마자 색의 차이를 보고 나처럼 놀랐다. 대체 어디서부터 오는 차이인지 보겠다고 성분을 보던 남편은 한번 더 놀랐다. 런천미트가 닭고기 돼지고기 반반에 고기 비율이 60~70% 인건 알았는데 스팸은 돼지고기만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니 단가 차이가 났던 거구나. 다름은 알았지만 이 정도 수준인지 몰랐기에 새삼 놀랐다. 더불어 런천미트에 구이, 찌개, 토핑, 김밥에 쓰라는 표현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가성비 다목적 햄이라고 마케팅을 한 것일까 싶다.
성분을 비교하다 문득 미안해졌다. 이런 성분도 제대로 안 보고 "질을 고를래 양을 고를래"라고 하며 선택하게 한 것이었구나. 남편에게 미안하다 사과하니 남편은 손은 내젓는다. 스팸이 많이 짜서 먹기 부담스러웠던 것도 있었고 런천미트도 맛있었다는 거다. 오히려 건강에 안 좋은걸 조금이라도 사주는 것에 만족하는 거 같아 내가 깐깐했나 싶기도 하다.

통조림째로 썰어 굽는 간편한 방법이 있다고 하는데 난 깔끔하게 잘린 햄이 더 좋으니 도마 위에 꺼냈다. 꺼내는데 촉감이 좀 다르다. 스팸은 다진 고기 삶은 게 바스러지는 느낌이라면 런천미트는 밀가루 반죽 뭉개지는 느낌이라고 할까. 점성과 갈린 정도의 차이가 아닐까 추측한다. 꺼내면 구분 못할까 봐 걱정했는데 섞여도 뭐가 스팸인지 알 수 있을 거 같다.

구우니 색감차이가 더 두드러진다. 차이를 구분 못해 비교를 못하면 어쩌나 했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남편도 입에 넣기 전부터 이렇게 차이가 날줄은 몰랐다며 놀란다. 햄을 다 구운 후 갓 지은 밥과 함께 줬다. 갓 지은 밥에 스팸 한 조각. 그게 낭만 아니냐며 신나던 남편은 신중하게 햄의 맛을 비교한다며 입에 넣는다. 잠시 뒤 나에게도 먹어보라고 권하는데 런천미트부터 먹으라고 했다. 스팸부터 먹으면 런천미트 맛이 미미하다는 게 이유였다. 우선 둘 다 고기향이 나는데 아무래도 스팸이 더 진하다. 런천미트가 그저 부드럽다면 스팸은 고기의 질감이 함께 느껴지고 염도도 남다르다. 런천미트는 밥 한 숟가락에 1장 다 먹어도 되는데 스팸은 반으로 쪼개 먹거나 1장에 밥 2숟가락은 먹어야 한다는 뜻이다.
남편은 숟가락을 들고 전투적으로 밥을 먹었다. 1그릇만 먹던 사람이 2그릇 반을 먹는 것을 보면서 스팸이 그렇게 맛있나 싶었다. 밥을 먹고 난 남편은 총평을 내렸다. 런천미트는 맛이 연하고 부드러워 1끼에 부담 없이 1통을 먹을 수 있는데 스팸은 맛이 확실히 보장되지만 너무 짜서 2~3장 먹으면 밥 1그릇이 끝난다. 그 이야기를 듣고 곰곰이 생각해 봤다. 런천미트 1통에 2,000~3,000원인데 스팸 1통에 5,000~6,000원. 보통 10조각으로 나눌 수 있으니 1끼에 1,200~1,800 어치 소비한다는 뜻이다. 가성비 영역에서는 스팸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뜻이 아닌가? 남편에게 내 생각을 말하니 눈을 피한다. 스팸만 있으면 장담할 수가 없다고 한다. 하긴 햄을 구우며 내가 먹기 위해 계란프라이와 돈가스까지 동시에 줬으니 스팸 2~3장으로 끝냈을지도 모르겠다. 결국 내 남편은 질보다 양을 우선하는 사람이 맞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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