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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나무 가지치기

by 새싹하나 2025. 6. 2.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는 어느 날 집 밖이 요란하다. 처음엔 분리수거 차량이 온 것인가 했으나 분리수거 차량이 오는 요일과 시간대 자체가 맞지 않다. 변수로 재활용차가 왔다 하더라도 시동 걸린 차가 머무는 시간이 길고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 밖을 살폈다. 사람을 높은 곳에 올려주는 차량이 도로가에 서 있고 사람이 올라가 있다. 도로 일부를 점유한 형태라 차량 안내인도 보이는데 무엇 때문인가 싶었다. '나무 가지를 자르러 온 걸까?' 순간 스치는 생각에 입꼬리가 씰룩였다. 확신할 수는 없다. 전선을 정비하러 자주 오기 때문에 섣부른 결론은  실망을 부를 수도 있다. 밖으로 나가기에 복장이 가볍고 하던 집안일이 있어 남편에게 운을 띄웠다. "저거 나무 자르러 온 거 아냐?" 남편은 확인해 보겠다며 바로 집을 나섰고 잠시 뒤 밖으로 나섰다.

 

 

 확인결과 나무를 자르러 온 것이 맞다고 한다. 정확히는 전선에 닿는 나무로 전력 공급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전선 부근 나무들의 가지를 쳐낸다고 한다. 이런 작업을 한전에서 하는지 몰랐다. 오히려 집에 그늘을 드리우는 나무들이 전선에 닿은 지 2~3년이 됐는데 올해 처음 온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나무 때문에 마음고생한 게 몇 년인데 이제야 왔냐는 아버님, 남편의 말을 들으며 자르는 모습을 봤다. 웃음이 나오고 가슴이 부푼다. 시에 나무가 너무 커 나무 사이에 전선이 닿고 집을 침범한다고 민원을 넣은 게 몇 년이었던가. 알겠다고 한 후 답변이 없던 게 2~3번, 직접 찾아가면 여기 일이 아니라고 한 적도 있고 답답해 위쪽 부서에 신고하니 답변이 오긴 했었다. 시의 재산이면 관리하겠는데 시에서 심은 나무 아니고 마을에서 심은 나무라 시에서 처리해 줄 수 없다. 

 

 바람 많이 부는 동네고 나무가 전선에 얽혀있으며 나무가 창문을 두드린다고 했음에도 나온 답변에 느꼈던 분노가 떠오른다. 재작년에는 손이 닿는 나무를 좀 손봤으나 올해 1~2월은 남편이 일로 바빠 손을 볼 수 없었다. 올해도 처치 못한 채 무럭무럭 자라 옥상 높이를 넘어가는 나무를 봐야 하나 했는데 자르러 와 줬다니 얼마나 좋은가. 아버님이 더 많이 잘라내 달라고 부탁하러 일하는 사람들에게 갔다. 도로변 모든 나무들을 작업해야 하기에 많이 할 수 없다는 답변에도 자른 나뭇가지는 우리가 치울 테니 잘라만 달라며 부탁하셨다고 한다. 텃밭 망가지면 다시 심으면 그만이다. 이번 기회에 나무의 성장세를 끊어내는 게 더 중요했다.

 

 

 아버님이 우리를 호출했다. 나와 보자마자 호출된 이유를 바로 알아챘다. 이건 절대 혼자 못한다. 하늘로 뻗어 있는 나무는 높아 보일 뿐이지만 잘라내 바닥에 내려오면 커다랗고 무겁다. 우뚝 서 있을 때 바람에 잘 흔들렸으면서 사람의 손으로 꺾으려면 단단하고 질겨서 꿈쩍도 안 한다. 나무와 맨몸으로 싸우려 들면 사람이 얼마나 연약한지 느끼게 된다. 묵직한 전기톱은 남편이 쥐고 나무를 차분히 잘라나갔다. 잔가지를 쳐내고 굵은 가지까지 사람이 옮길 수 있게 잘라주면 나와 아버님, 도련님이 담장 밖으로 가져가 쌓았다. 나무에 생태계를 이루던 벌레들과 이물질을 몸에 뒤집어쓰고 옮기자니 힘들고 찝찝하다. 그래도 움직여야 했다. 이 나무들에 깔려있는 텃밭의 작물들도 돌봐야 했으니까.

 

 

 잔해를 치우다 1번의 휴식을 거치고 하나하나 내보낸 후 낙엽을 쓸었다. 상추의 잎이 다치고 토마토가 좀 꺾이고 지지대들이 흔들리긴 하지만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다행인 일이다. 나무가 많이 자라며 빛이 들지 않던 텃밭 자리에도 햇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제 작물이 자라는 속도가 빨라지겠지. 그늘이 줄었으니 벌레도 좀 줄어들지 않을까. 작은 기대를 하며 둘러봤다. 

 

 

 텃밭 자리에 서서 오후에 해를 본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나무를 더 잘라줬으면 좋았겠다 싶다가도 이만큼 잘린 게 어디인가 싶다. 올해는 나무를 바라보며 원망하는 마음은 가지지 않을 거 같다. 이번 경험으로 배운 게 있다면 전선에 얽힌 나무가 위험해 보인다면 시청이 아니라 한국전력공사에 문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뭇가지 정리를 마치고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전선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예방하는 것은 한국전력공사의 일이라 나무가 전선에 닿을 때 문의하면 무료로 잘라준다고 한다. 의문이 드는 것은 시 행정일을 하는 공무원들은 이 사실을 몰랐을까? 성장이 빠르고 전선에 닿고 집 외벽을 두드려 부담스러운 나무를 잘라달라는 몇 개월의 민원에 온 답이 시 재산이 아니라 우리는 못 건드린다. 는 너무한 거 아닌가 싶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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