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남편은 면을 꽤 좋아한다. 둘이 좋아하는 면 중에서 공통적으로 선호하고 간편하게 여기는 것이 라면이기에 라면 구매를 자주 한다. 라면을 고르던 중 남편이 쫄면이라며 한 라면을 들고 온다. 내가 면 중에서 쫄면을 가장 좋아하기 때문이다. 고무줄 수준으로 탄력 있는 굵은 면에 아삭거리는 오이와 콩나물, 매콤 새콤한 소스까지 좋아할 이유가 넘치는 게 쫄면이지 않은가. 물론 남편은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쫄면을 싫어해 자주 먹지는 않는다. 그 영향인지 라면을 고를 때 매대에 쫄면이라는 이름이 보이니 내게 들고 온 것이다.

오뚜기 진쫄면. 비빔면 코너에 나란히 진열되어 있던 라면이다. 내가 쫄면을 좋아하는 것은 위에 적었듯 고무줄 수준으로 탄력 있는 면 때문이다. 오뚜기 라면의 면이 쫄깃한 것을 알지만 라면 면으로 그 정도 탄력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지만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상품이니 1번 정도는 먹어봐도 괜찮지 않겠는가. 더군다나 남편이 날 생각해 들고 왔는데 다시 놔두라고 할 이유는 없다. 양은 다른 비빔면들보다 준수한 편이다. 150g. 진비빔면보다 무게가 작아도 다른 비빔면의 평균이 130g 중후반인 것을 생각하면 괜찮지 않은가. 물을 올려두고 살며시 기대해 본다. 쫄면인데 면과 소스가 어떻게 다를까.



속에 들은 스프는 꽤 단순한 편이다. 액체스프와 건더기 스프. 비빔면은 참깨고명이 함께 들어있거나 액체스프에 섞어주는데 다른 것이 들어있다는 것은 나름 특이점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비빔면이 아닌 쫄면이라는 것일까. 면발도 다른 비빔면들보다 두껍다. 그냥 끓여 먹는 라면과 같다고 해야 할까. 일반라면과 두께가 비슷하지만 삶는 시간은 비빔면과 유사하다. 반죽 비율의 차이일까 그냥 덜 익히는 것일까. 액체스프는 다른 비빔면과 큰 차이 없는 색과 질감이다. 하긴 비빔면이나 쫄면이나 고추장을 기본으로 하는 양념인데 큰 차이가 있을 리 없으려나.


액체스프 다음에 뿌리려던 스프를 잡아보고 잘못됐음을 깨달았다. 비빔면의 고명스프와 달리 단단한 건더기가 만져진다. 이거 비빔면의 고명같이 뿌려 비비는 게 아니라 라면 스프 같이 면과 삶는 거다. 면은 이미 삶았는데? 고명을 뺄까 하다 물을 조금 끓여 빨리 끓였다. 면 위에 넣고 버무리면 되지 않겠는가. 면을 씻는 체는 구멍이 커 건더기 스프를 면과 삶았다면 많이 빠져나갔을 텐데 따로 삶으니 촘촘한 체로 물을 빼면 많이 남길 수 있을 거 같다. 건더기 스프를 끓이는 동안 면은 불고 있겠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해 본다.

면 위에 건더기 스프를 얹으니 야채를 많이 넣은 기분이다. 쫄면 위에 얹을 콩나물과 오이가 없었는데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양배추, 파, 당근, 계란 모양의 어묵등 나름 알찬 건더기스프다. 인상적인 것은 계란모양의 어묵이다. 모양이 귀여운 것이 계란은 어디 있냐고 물어본다면 계란이 쫄면에 가득 있다고 보여주고 싶게 생겼다. 컵라면도 아닌데 어묵이 있다는 건 다시 생각해도 신선하다.


액체스프가 일반 비빔면과 다름은 비비면서 깨닫게 됐다. 양념과 비벼보니 비빔면과 달리 색이 더 붉어진다. 사진을 찍는 각도에 따라 색이 변하긴 하지만 올해 먹은 비빔면류 중에서 가장 붉은 편이다. 면발이 더 굵고 양념색이 더 붉다. 시식 전에 비빔면과 다른 점이다. 비비며 아쉬운 것은 건더기 스프가 떡지며 면이 잘 안섞인다. 면을 삶을때 함께 끓였다면 잘 어우러졌을까. 후회는 시작한 시점에 이미 늦은 일이다. 내 앞에는 면과 건더기 스프가 따로 노는 진쫄면이 있을 뿐이었으니까.
다른 비빔면은 먹을 때 첫 느낌이 달콤함이다. 달콤함 뒤에 은은하게 남는 매콤함. 이 진쫄면은 반대다. 달콤함 보다는 매콤함이 우선 따라온다. 비빔면과 다르게 굵은 면은 나름 탄력이 있다. 남편의 경우 '이건 부인 거네'라고 할 정도다. 남편은 부드럽고 잘 넘어가는 면을 선호하는데 진쫄면은 다른 비빔면과 다르게 탄력이 있어 씹는 맛이 느껴진다는 게 이유였다. 남편은 그렇게 말했지만 내 입장에서 탄력이 있어도 생각하는 쫄면의 기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앞니로 끊었을 때 약간의 반발이 있어야 하는데 쉽게 잘리니까 말이다. 라면 면의 한계라고 생각한다. 쫄면의 면을 삶을 때 일부러 덜 삶기도 하는데 건더기 스프를 불린다고 지체한 시간도 있으니 제조시간을 제대로 지켰다면 더 쫄깃했을까? 하지만 남편의 취향이 아님을 확인한 이상 다시 사 먹을 일은 없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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