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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멜론을 먹다

by 새싹하나 2022. 7. 13.

미리 적어둔다. 이건 자랑 글이다.

요즘 멜론을 누가 못 먹는다고 자랑을 해? 싶을 수도 있다. 그럴 수 있다.

이 글은 그저 자랑하고 알리고 싶은데 음성으로 하기엔 쑥스러워 텍스트로 남기는 마음이다.

내가 이렇게 기뻐했었다고 미래의 나에게 남기는 일기로 볼 수도 있다.

 

10대 무렵 난 멜론맛 음식은 먹어봤으나 멜론은 먹어본 적이 없다.

어머니는 과일을 사더라고 가성비와 보장된 맛을 우선하셨기에 멜론이나 자몽 같은 과일은 집에 아예 없었다.

그 환경에서 지냈어도 나름 멜론에 대한 환상은 가지고 있었다.

메로나나 멜론맛 음식들은 전부 달콤하고 부드러웠으니까.

그리고 비싼 과일은 다 맛있을 거라는 환상도 가진 나이였다.

 

많은 나날 중 어느 날 마트에서 농산품 코너를 구경했다.

당시엔 질보다 양을 중시했었고 상품성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싸다면 구매했다.

그런 나였기에 떨이상품 매대를 살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상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멜론을 발견했다.

아직도 잊지 않는다. 떨이 매대에 그 비싼 멜론이 단돈 1,000원에 진열되어 있었다.

그때의 느낌도 기억하고 있다. 난 1,000원짜리 멜론에 두근거렸다.

나도 실제 멜론을 먹어볼 수 있겠구나!!!

 

상태는 좀 이상해 보였지만 한 번도 먹어본 적 없기에 상태를 짐작할 수 없었다.

겉보기에 단단하고 동그란 형태를 잘 잡고 있어 좋다고 장바구니에 넣고 구매한 후 집에 왔다.

멜론을 어떻게 손질해야 하는지, 어떻게 먹는지 하나도 몰랐다.

그냥 타이틀이 가지고 싶었었다. 나도 집에서 메론 먹었다는 그 타이틀.

집에 도착해서 가족들에게 멜론을 사왔다고 자랑했었다.

단돈 1,000원에 집어왔다고. 가족들도 메론을 사 왔다는 말에 신기해했었다.

내가 기억하는 한 우리 집에 멜론이 들어온 날은 그날이 처음이었다.

 

서둘러 쟁반에 올려두고 칼로 반을 갈랐다.

반으로 갈라진 멜론의 속을 보는 순간 내 멜론에 대한 환상은 끝났다.

그 멜론은 상태가 이상한 수준이 아니었다.

곪은 정도가 아니라 씨가 있는 부분에 구더기들이 들끓고 있었다.

가족들은 마트가 양심 없다 욕했다. 나는 그저 슬펐다.

그날 이후로 내가 멜론을 구매하는 일은 없었다.

성인이 되고 충분히 구매할 수 있었음에도 구매할 수 없었다.

내가 고른 메론을 가르면 다시 구더기를 볼 것만 같아서.

 

그렇게 멜론에 대한 기억을 잊고 지내던 어느 날 사촌 동생이 선물을 보내왔다.

폭염에 더울 텐데 후숙 시켜 차갑게 먹으라며.

그렇게 멜론이 우리 집에 2번째 들어왔다.

 

 

 

멜론은 크지 않았다. 그저 단단했다.

과거와 변함없이 멜론을 먹는 방법을 몰랐다.

어떻게 보관하며 후숙을 해야 하는 거지?

손질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나이를 먹은 만큼 밖에서 멜론을 먹어본 적이 있으나 우리 집에 온 멜론은 어려웠다.

 

이번에는 잘 먹고 싶다.

이 마음 1개로 검색해서 영상을 보고 손질 방법까지 숙지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오자마자 먹을 수 없었다.

후숙기간이 2~4일이더라....

다른데 안 치우고 밥상 위에서 후숙기간을 보냈다.

 

 

후숙기간을 거친 후 직접 손질한 멜론 모습이다.

덩치에 비해 먹을 수 있는 부분이 참 적은, 가성비 낮은 과일이다.

아쉬운 건 낮은 가성비가 아니지만.

내가 아쉬웠던 건 껍질 위에 예쁘게 모양을 못 내고 통에 담아야 했다는 거다.

도시락으로 싸가서 먹을 예정이었으니까.

 

멜론의 맛은 수박보다 덜 달고 참외보다 부드러웠다.

미묘하게 참외의 향과 유사하지만 비교할 수 없게 촉촉했다.

살면서 멜론을 이렇게 많이 먹어본 것은 처음이었다.

입에 메론을 넣으면서 기묘한 충족감을 느꼈다.

나도 이제 멜론맛을 설명 할 수 있다.

메론 손질을 할 수 있고 그것도 우리 집에서 해봤다.

 

다음에 내 돈으로 멜론을 사 먹을 거냐 질문한다면 그건 아니다.

수분 넘치게 달달한 과일을 먹는다면 수박을 고를 거고

혀 아리게 달달하며 아삭한 과일을 먹는다면 참외를 고를 거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내가 멜론을 잘 알게 됐다는 것이겠지.

난 메론을 몰라서 못 먹는 것이 아니라 알아서 안 먹는 것이 됐다.

 

그 사실이 무척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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