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문의 동기는 궁금함이었다.
이마트에서 갈라져 나온 노브랜드가 만든 햄버거집.
붉고 파란 색채 강렬한 다른 햄버거집과 다르게 노랗고 까만 간판.
그게 무척 노브랜드스러워서 노브랜드는 어떻게 햄버거를 만들까 먹어보고 싶었다.
노브랜드의 기본 이념은
"불필요한 첨가물이나 공정을 줄여 그만큼 고객에게 저렴하게 상품을 제공한다"
으로 기억한다. 사치스러움보다 합리적이고 과하지 않은 게 특징이다.
물론 저렴한 만큼 비싼 타제품과 차이가 느껴지긴 하지만
가성비와 적절함을 고려한다면 그게 또 나쁜 소비는 아닌지라 나는 좋아하는 편이다.
그런 내가 노브랜드 햄버거를 궁금해하는 것은
어디서 효율을 찾고 단가를 줄였으며 얼마나 저렴할까 궁금했다.
신세계, 이마트, 노브랜드와 연계되어 재료 수급에 문제는 없었겠지만 얼마나 저렴할지도 알고 싶었다.


계산은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키오스크가 있었다.
메뉴의 구성은 생각보다 적었다.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른 햄버거집보다 가짓수가 적다는 것이지 기본 메뉴로는 적절하다 생각한다.
키오스크의 최대 단점은 메뉴명은 확인할 수 있으나
그 구성이 어떻게 되어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난한 불고기 버거류를 시키고 싶지는 않아 이름에 '시그니처'가 들어간 메뉴를 골랐다.
이름에 시그니처를 붙였다면 자신 있다는 거 아니겠어?
주문결제 후 좌석을 둘러보며 깔끔한 디자인이 눈에 들어왔다.
최소한의 구성으로 최대한의 필요조건을 충족하는 디자인.
브랜드를 잘 녹여낸 느낌이라 좋았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벽 쪽에 테이블마다 콘센트가 보인다는 것.
이 매장에 들어와 벽 쪽에 앉은 모든 손님은 전자기기를 충전할 수 있다.
테이블마다 콘센트를 배치했다는 부분에서 단체손님이 아닌 개별손님을 고려했다는 게 보였다.
실제로 내가 매장에 들어갔을 때 그 고려가 잘 들어맞았다는 듯 테이블에는 1인 여성손님 2 테이블만 있었다.
처음 간 공간이 점점 마음에 들었다.

햄버거는 세트를 시켰음에도 꽤나 저렴한 편이었다.
다른 매장에서 주문했다면 7~8,000원 나왔을 텐데 이 정도면 저렴하지.
다만 난 저렴한 가성비 음식을 먹으려는 것이 아닌 경험을 위해 왔으니 세트 1개만 먹을 이유는 없었다.
감자튀김을 좋아하니 크기를 늘리고, 인절미 치즈볼이 궁금하여 추가했다.
그래도 1만 원이 안 넘는다...!
이게 점심시간에 가서 생긴 할인인지 다른 시간대에 가도 느낄 수 있는 저렴함인지는 모르지만 좋다.
한 가지 의아했던 것은 콜라 M은 존재하는데 L는 없었다는 것.
여기는 큰 콜라는 취급하지 않나 궁금했다.

콜라 사이즈에 대한 의문은 제품을 받은 후 알 수 있었다.
콜라를 시켰는데 빈 잔을 뒤집어서 줬다.
이게 뭘까 싶어 직원분께 질문해보니 콜라를 따라 마시는 것은 셀프라고 한다.
실제 콜라를 따르는 기계가 카운터 밖에 있긴 했다.
근데 시작부터 손님이 따라 마시는 형태라고? 신선했다.
그렇다면 콜라를 리필해 먹어도 되냐 질문했더니 원하는 만큼 잔에 따라 마셔다 된다는 답을 들었다.
그렇지. 큰 잔 준다고 무한 리필되는 음료 값을 더 받을 수는 없으니 콜라 사이즈가 1개뿐이었던 거다.
마시는 콜라와 사이다가 펩시나 코카콜라가 아닌 노브랜드 상품이긴 했으나 무슨 상관인가.
노브랜드 버거집에서 노브랜드 상품을 쓰겠다는데.


쟁반을 받고 음료를 따라온 직후 먹은 식품은 치즈볼이다.
그냥 치즈볼은 많이 먹어봤는데 '인절미'가 붙으면 뭐가 다른지 궁금했다.
2,900원 상품인데 달랑 3알 들어있는 봉투를 보며 좀 심란했다.
보통 맛있는 게 아니면 안 먹을 거 같다. 비싸.
들어 올려 보니 고소한 향이 올라오고 표면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아마 콩가루와 설탕 결정 조합의 결과물이겠지.
한입 먹어보니 아는 맛+아는 맛의 조합이다.
작은 치즈볼을 설탕이 섞인 미숫가루에 굴린 맛이라고나 할까.
둘 다 좋아하는 맛이라 맛보기로 주문한 것에는 후회 없었다.
다만 다음에는 주문 안 할 거 같다.
작게 물어야 2 입인 크기의 치즈볼이 개당 1천 원 정도라니 비싸...


햄버거 속은 어떨까 한입 먹어보고 만족했다.
신선하고 향긋한 야채에 넉넉한 소스까지 이 가격에 이 품질이면 좋다.
대형 브랜드에서 신선재품을 저렴하게 유통받을 수 있기에 가능한 가격과 품질일까.
야채 신선도는 다른 브랜드 햄버거보다 더 높다고 느껴졌다.
햄버거에 만족하며 감자튀김을 먹다가 웃었다.
감자 껍질을 깎지 않았구나.
메뉴 중 웨지감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감자튀김의 껍질을 까져있는데 여긴 그대로 남아있다.
감자를 깎는 것도 일이니 비용이 발생할 텐데 거기서 단가를 더 줄였던 걸까.
깨끗이 세척만 해준다면야 감자 껍질에 거부감이 없으니 오히려 유쾌하다.
단점이 있다면 저렴한 가격 때문인지 주 고객층이 10대~20대 초반이라는 것.
20대 초반으로 보였던 1인 손님들은 빠르게 먹고 자리를 비웠지만 10대들은 아니었다.
한 번에 4명이 들어와 앉아있는데 좌석이 가까워 주변을 둘러보기 부담스러워졌다.
추운 날씨로 전부 롱패딩을 입었는데 그 롱패딩을 두기엔 자리가 협소해 보였다.
소음도 그대로 노출되어 1인 손님이 느긋하게 눈치 보지 않는 식사는 힘들어 보였다.
혼자 가서 저렴하게 한 끼를 먹는 것은 좋았으나
내 또래와 함께 찾아가 식사를 하는 부분은 고민이 필요하다.
좌석 구성이 조금 더 세심했다면 좋았을걸 싶다가도
거기에서 가성비가 떨어진다면 브랜드 정신에 위배되지 않나 싶기도 하다.
내 생각은 많아졌지만 좋은 경험이다.
확실한 건 노브랜드 햄버거라고 품질이 떨어지지 않더라.
이 브랜드가 살아남아 우리의 현재에 함께할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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