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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생각 적기

짧은 회상

by 새싹하나 2023. 12. 17.

고등학교 때의 이야기다.

술을 드신 삼촌이 술김에 딸에 대해 말하신 적이 있다.

평소에는 틱틱대고 짜증만 내는데 언젠가 애교 섞인 목소리로 연락이 왔다고.

삼촌은 평소와 다른 목소리에 바로 말했다고 한다.

뭐 원하는거 있지?

그러자 바로 능청을 부리며 원하는 걸 말하더라고.

뭐 필요한게 있을 때만 애교를 부린다며 투덜거리셨는데 웃고 계셨다.

그게 참 이상했다.

내용은 뭐 필요할 때만 잘한다고 투덜거림인데 표정은 그게 아니었으니까.

이해는 없었다. 그저 삼촌이 술김에 딸에 대해 불만을 말했다고 생각했다.

 

성인이 되고 사촌언니가 언니와 똑 닮은 딸을 낳았다.

종알종알 본인의 이야기를 하고 원하는 것을 얻으면 활짝 웃는다.

원하는 게 있으면 대놓고 말하지 않는다.

뭐가 얼마 하더라며 길게 설명하고 눈만 굴리고 있는다.

주눅 든 눈치가 아니다. 내 말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확인하는 눈빛.

조그마한 게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살피고 있었다.

그 조카를 보는데 문득 고등학교 때 삼촌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아, 그때 삼촌은 내 딸이 무슨 짓을 해도 웃음이 날 정도로 이쁘다고 자랑하신 거였구나.

그냥 뭘 하든 어떤 표정을 지어도 이쁘다고 말하고 싶으셨던 거구나.

언니를 닮은 조카를 보고 있으면 삼촌이 생각난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이젠 질문을 할 수 없다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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