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의 이야기다.
술을 드신 삼촌이 술김에 딸에 대해 말하신 적이 있다.
평소에는 틱틱대고 짜증만 내는데 언젠가 애교 섞인 목소리로 연락이 왔다고.
삼촌은 평소와 다른 목소리에 바로 말했다고 한다.
뭐 원하는거 있지?
그러자 바로 능청을 부리며 원하는 걸 말하더라고.
뭐 필요한게 있을 때만 애교를 부린다며 투덜거리셨는데 웃고 계셨다.
그게 참 이상했다.
내용은 뭐 필요할 때만 잘한다고 투덜거림인데 표정은 그게 아니었으니까.
이해는 없었다. 그저 삼촌이 술김에 딸에 대해 불만을 말했다고 생각했다.
성인이 되고 사촌언니가 언니와 똑 닮은 딸을 낳았다.
종알종알 본인의 이야기를 하고 원하는 것을 얻으면 활짝 웃는다.
원하는 게 있으면 대놓고 말하지 않는다.
뭐가 얼마 하더라며 길게 설명하고 눈만 굴리고 있는다.
주눅 든 눈치가 아니다. 내 말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확인하는 눈빛.
조그마한 게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살피고 있었다.
그 조카를 보는데 문득 고등학교 때 삼촌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아, 그때 삼촌은 내 딸이 무슨 짓을 해도 웃음이 날 정도로 이쁘다고 자랑하신 거였구나.
그냥 뭘 하든 어떤 표정을 지어도 이쁘다고 말하고 싶으셨던 거구나.
언니를 닮은 조카를 보고 있으면 삼촌이 생각난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이젠 질문을 할 수 없다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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