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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생각 적기

친구에 대하여

by 새싹하나 2023. 12. 28.

어릴 때 친구는 절대적인 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함께 기뻐하고 슬플 때 달려와주는 지지자.
함께한다는 사실만으로 기쁘고 힘이 되는 존재.
내 친구가 그렇듯 나 또한 그래야 한다.
그렇게 믿었다.
불행한 게 있다면 내 삶에 그런 친구는 없었다.
사실 불행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평생에 진실된 친구 1명이라도 있으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하지 않는가.
불행이 아니라 보편적인 삶일지도 모른다.

지금의 생각과 별개로 과거엔 친구에 미련이 많았다.
처음엔 그저 바랬다. 친구는 없었다.
관계는 얻고 싶다면 먼저주라 했던가.
내가 바라는 친구의 행동을 행하기도 했다.
내 진실된 친구가 되어주길 바란 상대는 도망쳤다.
그냥 거절하면 다행이지 비난받기도 했다.
되돌아보면 끝없는 갈증과 아픔이 많은 시기였다.
하지만 이건 내 시점이다.
상대시점으로는 그저 강제로 수많은 걸 욱여넣어주고 그대로 해달라고 바라는 1명의 타인 아니었을까.
아팠지만 날 비난한 그 사람들을 욕할 수 없는 이유다.

갈증과 상처가 많아지니 바라는 건 줄어들었다.
비난 않고 옆에 있어주기만 한다면 다 주고 싶었다.
평생 옆에 있어주는 것이 친구 아닐까 싶어졌다.
기쁘고 슬프고 부끄럽고 짜증 나도 변치 않을 사람.
선과 악을 떠나 무한히 날 우선해 주는 사람.
그런 사람을 원했고 그런 사람이 되어주고 싶었으나 나중엔 그냥 내가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런 사람이 되면 상대가 날 놓지 않을 거 같았으니까.

같은 걸 바라지 않고 행하기만 하는 건 버거웠다.
어떤 모습을 보여도 이해하려 노력하면서도 상대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진심을 보일 수 없었으니까.
함께 고민하고 금전, 시간을 아끼지 않았다.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내가 바라던 친구는 존재한다고 행동으로 증명하고 싶어서.
내가 그런 친구가 되어준다면 어딘가 그래줄 친구가 있을 거 같아서.
그렇게 살다가 지쳐 무너졌다.

증명이고 뭐고 친구가 부담스러워졌다.
무엇을 줘도 무엇을 받아도 공허했다.
그들은 나를 몰랐고 나도 그들이 원하는 것을 모른다.
웃기게도 남은 지인들은 간절하지 않았던 사람들이다.
나쁘지 않았고 절실하지 않았기에 적당히 연락을 이어온 사람들.
실없는 이야기를 나누고 가끔 안부와 선물을 주고받아온 사람들 말이다.
소소하게 안부를 물으며 웃음을 나누기 좋다.
그뿐이다. 내가 힘들다고 울며 연락할 사람이 없다.

이렇게 되니 절대적인 친구는 없지 않나 싶어졌다.
만나서 집으로 돌아가는 모든 순간 삶의 힘듦을 토로하는 지인은 많다.
그 앞에서 내 힘듦을 토로할 마음도 안 든다.
우울 더하기 우울은 비관인데 난 비관이 싫으니까.
힘들어도 현실을 직시하고 웃고 으쌰으쌰 하고 싶다.
그래서 본인이 얼마나 우울하고 괴로운지 시간을 들여 말하는 지인을 보면 복잡하다.

오랜만에 만나서 짧은 시간 함께하는 귀한 시간이다.
그 시간 전부를 본인의 불행과 불편만을 말한다.
불행은 미래가 아닌 과거를 바라보고 있다.
현재의 나를 만나고 있는데 과거 사건들만 들려준다.
유유상종이라는데 나도 저런 모습인 걸까.
그 생각에 불편해졌고 복잡했다.

친구라는 건 원할수록 모르겠다.
내 기대치가 큰 것일까?
가족과 같은 친구를 원했는데 나이가 드니 가족도 절대적이지 않다.
내가 배운 관계는 적당하고 계산적이며 차가웠다.
이제는 외로움이 친구인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외로움이 서서히 익숙해지니 친구가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힘들어도 연락한 통 할 수 없고 기쁠 때나 웃는 관계라면 적당히 느슨한 지인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난 아직도 '진정한 친구'를 바라고 있다.
환상의 포켓몬 같은 타이틀인 건 알고 있다.
그래도 기적적으로 생길 수도 있지 않은가.
죽는 날 내 삶에 '친구'가 있어서 행운이었어.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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