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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생각 적기

친구는 해결사가 아니다.

by 새싹하나 2023. 12. 30.

상대가 고민을 말하면 해결해주려고 했었다.
상대가 해결책을 원했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고민을 말하는 건 상대의 의견을 듣기 위한 경우가 많아서 그냥 해결 방법을 고민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냥 속풀이가 아니었나 싶다.
잘못된 걸 알아도 되풀이하고 또 같은 주제를 고민이라고 말했었으니까.
그걸 해결해야 할 숙제로 여기고 진심을 다한 거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다. 그리고 나는 아는 게 없었다.
난 진심으로 상담해 줬는데 변하지 않을 때 이해할 수 없었고 답답해하던 이유다.

친구가 힘든 게 짜증 났던 게 아니다.
그 짜증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며 내 시간과 에너지를 썼는데 여전히 똑같은 주제로 힘들다며 또 내 시간을 빼앗은 그 반복적인 행위가 짜증 났다.
내가 해줄 말은 다 해줬는데 어쩌라는 걸까.
그 마음이 친구와의 대화를 답답함으로 채웠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분노가 비난이 되지 않게 입을 다무는 것이었다.
완벽하게 다물진 못했다.
답답하면 뱉고 후회를 했다.
어차피 안 변할 텐데 괜히 말을 많이 했다고.
친구에게 스트레스 일수도 있을 텐데 싶었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었다.
친구와 오래 알아서 일수도 있다.
그러려 네가 가능해졌다.
나라면 최선이겠지만 넌 성격이 다르니 안 되겠지.
이걸 생각할 수 있게 된 거다.
물론 답답하면 왜 그렇게 하냐고 꼭 그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비난을 안 하려 노력했으나 답답함은 여전했다.
그러다 생각을 바꾼 일이 일어났다.

친구의 아버지가 응급실에 실려갔을 때 일이다.
친구에게 아버지란 상처를 많이 준 사람이었다.
그래서 연락도 잘 안 하고 지냈는데 응급실에 실려왔다고 보호자를 찾은 거다.
친구는 상처도 그대로 품고 있는데 갑작스러운 상황에 간병에 금전지출까지 겪게 되었다.
알고 보니 최근 어머니가 수술하셔서 거기에 금전 지원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웃지도 못하고 기운도 없는 친구를 보니 답답했다.

해결은 못해주지만 길은 제시할 수 있지 않나.
부양이 자식의 도리라고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너다.
해주고 불행하고 안 해주고도 불행하다면 너의 금전이라도 아껴라.
라는 어조의 말을 해줬다.
친구는 내게 말했다.
이미 뭘 할지 결정을 했어. 내가 원하는 건 그런 게 아냐.
당황했다. 그럼 친구로서 최선은 뭐지?

집에 와서 엄마에게 질문했다.
내가 뭘 해줘야 좋았던 것인지.
엄마는 말했다.
너무 힘들어서 그런 말을 할 때는 어떤 말을 들어도 위로나 힘이 되어주지 못해.
그저 옆에서 아무 말 없이 들어주기만 해도 충분해.
그때 느꼈다. 뻐끔 거리는 입보다 닫힌 입이 최선일수도 있구나.

그날부터 1주일도 안된 시기.
친구는 내게 아버님 부고 소식을 알렸다.
철렁했다. 친구 아버님이 돌아가셔서? 아니다.
난 내 친구 상처 준 아버님에게 일말의 미련도 없다.
만일 친구가 내 말대로 눈감고 금전을 끊었다면 평생의 죄책감을 품을뻔했구나.
그게 무서워서 철렁한 거다.
해결이라고 알려준 길이 평생 후회가 될뻔했다.
친구의 선택은 옳았고 난 오만했다.

그 이후부터 조심하게 되었다.
각자의 선택은 철저하게 본인이 감수해야 한다.
난 친구의 선택을 해결해 주기엔 친구를 모르고 친구의 선택에 책임을 질 수도 없다.
그 사실을 깊이 새기고 표현도 바꾸려 노력 중이다.

이러면 좋다
보다는
힘든가 보네. 나는 이렇게 하니 좋더라. 너는 어떨지 모르지만 너도 좋은 방법을 찾아 행복하면 좋겠어.
라고 말하고 있다.
해결책보다 내 진심을 전하려 노력하는 거다.
친구에게 어떻게 가서 닿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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