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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생각 적기

불행한 사람

by 새싹하나 2024. 1. 18.

요즘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떠오른다.

생각이 많아졌기 때문인지 주변 자극에도 많은 변화를 겪는다.

삶의 효율성은 떨어졌지만 깊이가 생기는 시기다.

최근 읽은 소설에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주인공들은 10대 미성숙한 아이들이다.

제 감정, 상황 조절도 못하고 표현도 미숙하다.

둘 다 오만하고 어리석으며 고집도 세다.

서로에게 상처 주고 상처받고 성인이 보기엔 매우 답답한 전개를 보인다.

그럼에도 보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이 밉지 않다.

 

주인공들은 자신의 삶에 치열하다.

딱 그 나이에 맞는 미숙함에 부딪치며 배워간다.

상처에 끝 모를 오만함이 깎여나가고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타협해 나간다.

타협하는 것이 비굴한 것은 아니다.

타협은 일종의 선택이니까.

타협이 습관이 되지 않게 경계만 한다면 문제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집중한 것은 10대의 미성숙과 성장은 아니었다.

더 인상적인 부분은 오만함에 대한 작가의 표현이었다.

여자주인공은 오만한 아이다.

가족들이 아름답고 좋은 것만 보여주고 길러낸 사랑받은 아이.

재물, 권력이 있는 집에서 사랑까지 받고 자랐고 거부당한 적 없다.

특권을 자연스레 누릴 수 있고 타인의 호의를 권리인 줄 안다.

그런데 사랑받는다.

 

주변인들은 여주인공에게 말한다.

오만하다. 당돌하다. 밉다. 나쁘다.

여주인공은 반응한다.

나는 사랑받을 수밖에 없이 이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주변인들은 여주인공을 무척 사랑한다.

다른 소설이라면 개연성으로 보겠지만 나도 여주인공의 그 당당함이 사랑스러워 공감 갔다.

 

무조건 사랑스러운 건 아니다.

감정 기복이 심하고 소유욕, 집착도 강하다.

현실에서 만난다면 질리거나 지칠지도 모른다.

여자주인공이 모두에게 선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주인공이 매력적이라 느낀 것은 기준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본인의 행복, 사랑을 위해 치열한 사람.

위치, 상황에 따라 유연하기보다 그 위치를 자연스레 활용하는 사람.

 

여자주인공은 주변이 말하는 선함을 따르지 않는다.

자신의 감정을 직시하고 자신의 마음에 따라 움직인다.

슬픔과 두려움, 짜증이 가득해도 금방 행복하고 웃는 모습에 계속 읽게 됐다.

그 주인공을 보다 정리되지 않을 생각을 하다 잠들었다.

오늘 눈을 떴는데 갑자기 한 문장이 머리에 떠올랐다.

 

진정 불행한 사람은 어중간하게 착하고 기준 없는 사람이다.

 

눈을 뜨자마다 떠오른 문장에 의아해졌다.

잠에서 깨면 전날 무슨 생각을 했는지 잊으니까.

다시 곰곰이 생각하고 이 생각이 왜 났는지 떠올랐다.

어제 본 소설의 여자주인공.

난 어제 소설을 읽으며 고민했었다.

이 주인공은 착하지 않은데 왜 명확하고 행복해 보일까.

 

어릴 때는 그게 참 불공평하게 보였어서 고민했었다.

착하지 않고 약아도 이쁨 받는 세상이.

타인의 비위를 맞추면 행복해지는 것일까.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행복의 기준이 주변인에게 이쁨 받음, 즉 타인에게 있어서 행복할 수 없던 거였다.

 

진짜 착한 사람은 손해를 봐도 행복하게 웃을 수 있다.

본인이 원하는 것을 행했을 뿐이니까.

어중간하게 착한 사람은 착해 보이고 싶은 사람이다.

남에게 보이고 싶기에 손해를 보거나 남이 몰라주면 행복할 수없다.

문제는 이 착함에는 정답과 절대적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정의라는 것은 주관적이고 상황에 따라 변할 수밖에 없으니까.

착함뿐 아니다. 악함, 나쁨과 같이 추상적인 것은 전부 절대적일 수 없다.

 

이것이 자신의 기준이 명확해야 하는 이유다.

내 기준이 없다면 타인의 기준에 뜯겨 방향조차 잃을 테니까.

난 아직 그 기준을 세우는 중이다.

사실 이 기준은 사춘기를 겪으며 형성된다고 한다.

내가 잃었던 소설의 주인공 나이대에.

그 시기 난 나를 죽였고 인형이 됐다.

그 덕분에 십몇 년 '나'가 없다는 공허함에 바닥을 기었다.

그래서 이 주인공이 좋은걸 지도 모르겠다.

나는 나를 잃었던 그 나이에 치열함이 아름다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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