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떠오른다.
생각이 많아졌기 때문인지 주변 자극에도 많은 변화를 겪는다.
삶의 효율성은 떨어졌지만 깊이가 생기는 시기다.
최근 읽은 소설에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주인공들은 10대 미성숙한 아이들이다.
제 감정, 상황 조절도 못하고 표현도 미숙하다.
둘 다 오만하고 어리석으며 고집도 세다.
서로에게 상처 주고 상처받고 성인이 보기엔 매우 답답한 전개를 보인다.
그럼에도 보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이 밉지 않다.
주인공들은 자신의 삶에 치열하다.
딱 그 나이에 맞는 미숙함에 부딪치며 배워간다.
상처에 끝 모를 오만함이 깎여나가고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타협해 나간다.
타협하는 것이 비굴한 것은 아니다.
타협은 일종의 선택이니까.
타협이 습관이 되지 않게 경계만 한다면 문제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집중한 것은 10대의 미성숙과 성장은 아니었다.
더 인상적인 부분은 오만함에 대한 작가의 표현이었다.
여자주인공은 오만한 아이다.
가족들이 아름답고 좋은 것만 보여주고 길러낸 사랑받은 아이.
재물, 권력이 있는 집에서 사랑까지 받고 자랐고 거부당한 적 없다.
특권을 자연스레 누릴 수 있고 타인의 호의를 권리인 줄 안다.
그런데 사랑받는다.
주변인들은 여주인공에게 말한다.
오만하다. 당돌하다. 밉다. 나쁘다.
여주인공은 반응한다.
나는 사랑받을 수밖에 없이 이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주변인들은 여주인공을 무척 사랑한다.
다른 소설이라면 개연성으로 보겠지만 나도 여주인공의 그 당당함이 사랑스러워 공감 갔다.
무조건 사랑스러운 건 아니다.
감정 기복이 심하고 소유욕, 집착도 강하다.
현실에서 만난다면 질리거나 지칠지도 모른다.
여자주인공이 모두에게 선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주인공이 매력적이라 느낀 것은 기준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본인의 행복, 사랑을 위해 치열한 사람.
위치, 상황에 따라 유연하기보다 그 위치를 자연스레 활용하는 사람.
여자주인공은 주변이 말하는 선함을 따르지 않는다.
자신의 감정을 직시하고 자신의 마음에 따라 움직인다.
슬픔과 두려움, 짜증이 가득해도 금방 행복하고 웃는 모습에 계속 읽게 됐다.
그 주인공을 보다 정리되지 않을 생각을 하다 잠들었다.
오늘 눈을 떴는데 갑자기 한 문장이 머리에 떠올랐다.
진정 불행한 사람은 어중간하게 착하고 기준 없는 사람이다.
눈을 뜨자마다 떠오른 문장에 의아해졌다.
잠에서 깨면 전날 무슨 생각을 했는지 잊으니까.
다시 곰곰이 생각하고 이 생각이 왜 났는지 떠올랐다.
어제 본 소설의 여자주인공.
난 어제 소설을 읽으며 고민했었다.
이 주인공은 착하지 않은데 왜 명확하고 행복해 보일까.
어릴 때는 그게 참 불공평하게 보였어서 고민했었다.
착하지 않고 약아도 이쁨 받는 세상이.
타인의 비위를 맞추면 행복해지는 것일까.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행복의 기준이 주변인에게 이쁨 받음, 즉 타인에게 있어서 행복할 수 없던 거였다.
진짜 착한 사람은 손해를 봐도 행복하게 웃을 수 있다.
본인이 원하는 것을 행했을 뿐이니까.
어중간하게 착한 사람은 착해 보이고 싶은 사람이다.
남에게 보이고 싶기에 손해를 보거나 남이 몰라주면 행복할 수없다.
문제는 이 착함에는 정답과 절대적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정의라는 것은 주관적이고 상황에 따라 변할 수밖에 없으니까.
착함뿐 아니다. 악함, 나쁨과 같이 추상적인 것은 전부 절대적일 수 없다.
이것이 자신의 기준이 명확해야 하는 이유다.
내 기준이 없다면 타인의 기준에 뜯겨 방향조차 잃을 테니까.
난 아직 그 기준을 세우는 중이다.
사실 이 기준은 사춘기를 겪으며 형성된다고 한다.
내가 잃었던 소설의 주인공 나이대에.
그 시기 난 나를 죽였고 인형이 됐다.
그 덕분에 십몇 년 '나'가 없다는 공허함에 바닥을 기었다.
그래서 이 주인공이 좋은걸 지도 모르겠다.
나는 나를 잃었던 그 나이에 치열함이 아름다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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