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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잘 살기위한 스케치

by 새싹하나 2022. 6. 30.

잘 산다. 기준이 참 모호한 말이다. 사람마다 잘 산다는 것은 다르겠지.

나의 '잘 산다'의 기준은 내가 나를 위하고 믿으며 성장해 가는 삶이다.

나보다 타인을 우선하여 무너지지 않는 삶. 힘들어도 나를 믿고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며 나아가는 삶.

솔직히 살다 보면 지치고 나를 의심하는 시기도 많을 거다.

사는 대부분의 순간을 그렇게 살아왔으니 습관부터 날 부정적인 마음으로 물들이겠지.

그저 알았다. 이대로 살면 난 내가 만든 감옥 속에서 숨이 막혀 질식할 것을.

죽었지만 살아있기에 호흡하며 내 주변을 끊임없이 원망하고 욕하고 핑계 댈 것을.

 

나는 지금 엉망이다. 세상이 말하는 평균에 도달하는 게 단 한 개도 없다.

몸무게는 100kg이 넘고 빚도 2000만 원 정도 있다. 직업도 변변찮다.

부모님은 아픈데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불행한 팔자를 노래하고 난 그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나 하나 건사할 수 없는데 부모님 부양은 어떻게 할까. 나날이 무능력을 실감하고 감정도 울컥한다.

그 감정에 매몰되어 2년을 버렸다. 나를 챙기지 않고 방치한 결과가 지금의 나다.

 

확신하건대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될 거다.

부모님의 건강은 더 안 좋아질 거고 노화로 인해 과거보다 능력이 저하됨을 인정하지 못한 과소비는 변함없을 것이다.

치명적인 사실은 생활비에 사용되는 것이 내 신용카드라는 것이다.

돈을 벌면 메꿀 수 있다. 난 너의 카드를 쓰지만 내가 벌어서 갚지 않느냐.

말은 그렇게 하시지만 본인이 쓴 카드의 금액을 메꾸는 것에 허덕거리고 아파도 일을 쉴 수도 없으시다.

만약 카드를 메꿀 수 없다면? 카드 단기대출을 사용하신다. 신용은 나의 신용이다.

본인조차 불안정하면서 남편 서럽고 힘들지 않게 하고 싶다며 돈까지 부쳐준다며 내게 돈을 꾸신다.

부채에 불안한 딸에게 돈 아껴서 비참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아픈데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냐며 하소연하신다.

이 집의 월세와 관리비, 식비는 모두 본인이 내고 있다며 내게 내는 돈이 없다고 말한다.

난 이 집을 얻을 때 보증금과 새 가전을 구매하기 위한 빚을 졌다. 카드론. 아직도 갚고 있다.

가끔은 친척이 돈을 꿔달라고도 한다. 엄마가 원하니까. 마음 편해지셨으면 해서 빌려드린다.

버는 돈에서 약 10~20만 원은 엄마가 원하는 것이나 우리를 위한 것에 쓰고 있다.

그렇지만 난 아픈 엄마와 같이 돈 벌면서 집에 돈 한 푼 안 쓰는 꼽꼽한 딸이라 한다.

 

아무리 말해도 바래도 변하는 것은 없었다. 내가 부모님에게 듣는 것은 삶의 고단함. 불행. 고통. 가난의 정당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부모님을 힘들게 했다는 죄책감에 늘 괴로웠고 그래서 잘하려 노력했었다.

그 결과는 권리 없는 의무와 점차 늘어나는 바람. 불행한 감정의 분출구.

처음에는 화가 났었다. 난 한계까지 나를 사용하고 있는데 더 해달라 당당히 말하는 그 모습에.

이유는 있었다. 아프니까. 힘드니까. 못하는 것이니 도와달라고 한다. 그런데 그 부탁에 내겐 거부권이 없었다.

그게 과연 부탁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일까. 거부하면 타인에게 장난으로 고자질하고 타인은 내게 가벼운 타박을 한다.

분명 가벼운 어른들의 대화인데 난 참 불편하고 아팠다.

엄마의 부탁을 거부하면 난 아픈 엄마도 잘 안 챙기는 나쁜 딸이라는 예정된 결과만이 남았으니까.

 

근데 지금은 이 상황에 무덤덤할 수가 없다. 날 낳겠다고 선택한 건 부모님인데 내가 왜 죄송해야 하는 거지.

나도 힘든데, 아픈데 왜 엄마는 본인의 고통만 바라보며 하소연하지. 내가 힘들다고 하면 왜 이해하라고 하지.

왜 본인이 하기 힘들어서 마음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내게 노동을 요구하는 거지. 

내 돈인데 내 신용인데 내게 부담될걸 알면서도 왜 이런 부탁을 계속하는 거지.

왜 그래 놓고 본인의 삶의 유일한 복이 나라고 하는 걸까. 도망도 못 가게 숨 막혀 죽겠는데.

남편과 친척에게 상처받아 울면서도 왜 그들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돈을 쓰는 걸까.

카드도 제대로 메꾸지 못해 허덕거리면서. 그 고통 매일 내게 하소연하면서.

 

잘 살겠다고 스케치는 하는 지금도 난 질식할 거 같은 숨 막힘에 허덕거린다.

그럼에도 이 늪에서 빠져나가고자 한다. 날 너무 좋게 봐주는 사람이 있기에. 그 마음에 배신하기 싫어서.

그리고 나를 믿는다. 노력하면 내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을 거라고.

아직 마음만 먹었을 뿐 여전히 미숙하고 불안정하며 허우적거리고 있다.

계속 허우적거리겠지. 그러다 내 두 다리로 단단한 땅을 밟게 될 거라 믿는다.

나는 이제 백지에 점 하나를 찍었다.